매월 28일, 다정하게 참견하겠습니다 [3호] 3월 28일 발행 📰출근 브리핑 👉(브런치)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피해자입니다(글 1~4로 이어집니다). <출근준비> 3월호의 주제는 "고용상 성차별" 입니다. 최근에 면접 과정에서 성차별적인 고정관념을 드러내는 발언을 하고 차별적인 질문을 해서 문제가 된 회사가 여성이 사용하는 생리대를 파는 회사인 것도 놀랐지만, 이 회사가 30년 전에 신입사원 응시 자격을 "남성"으로만 제한해서 검찰에 기소되었던 회사라는 것이 더 놀라웠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채용 공고에 "남성"만 지원하도록 대놓고 공지하는 대신 면접 과정에서 여성을 걸러내고 있었다는 추측을 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에는 금융권 회사가 신입사원을 채용하면서 서류전형에 여성 합격자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자 남성지원자 00명의 등급
점수를 상향시켜서 합격시키고 여성 지원자 00명의 등급 점수를 하향시켜서 불합격시킨 사건이 있었는데요 관련된 임원과 인사팀장이 형사처벌(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받았습니다. 또 다른 회사는 남성 군필자와 지역인재를 뽑는다는 명목으로 여성의 면접점수와 순위를
낮추고 남성의 면접점수와 순위는 높여서 여성지원자를 탈락시키고 남성지원자를 합격시킨 사장이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이 차별을 금지하기 시작한 1988년 4월1일부터 사업주는 노동자를 채용할 때 여성에게 남성과 평등한 기회를 주도록 정해놓았고, 1989년 4월1일부터는 이 조항을 위반할 경우 사업주를 형사처벌하도록 정해두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위에 사건들이 남녀고용평등법이 시행된 이후 (채용공고문에 성차별을 대놓고 기재해서 성차별로 처벌받은 사례를 제외하고)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이 드러나 처벌받은 사건으로는 30년 만에 처음일 것이라는 기사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 많은 기업들이 전부 채용 과정에서 남녀를 차별하지 않았나요? 그게 아니라면 채용 과정에서 존재하는 차별은 지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뜻이겠지요. 동아제약 사건이 문제되자 고용노동부는 올해 1만3천개 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구인광고에 성차별 요소가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과 채용 단계별로 성차별적 요소를 점검할 수 있는 기준, 면접에서 하지 말아야 할 질문을 담은 '성평등 채용 안내서'를 공개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여기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움직이게 되기를 바랍니다. 차별이 존재하지만 조사되고 밝혀진 적이 없어서가 아니라 실제로 차별이 없는 직장이어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처벌받는 사례가 매우 희귀한 사건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그림: 조승연 작가, 글: 김민아 노무사 👩🏫 회의실 김민아 노무사입니다. 남녀고용평등법에서는 채용뿐 아니라 채용 이후 노동조건(임금, 임금 외의 금품, 교육·배치 및 승진, 정년·퇴직 및 해고)에서도 남녀 차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밝혀진 사례가 참 적은 분야인데요. 2019년부터 노동자 숫자가 5인 미만인 작은 사업장에도 적용되기 시작했고, 올해부터는 노동위원회를 통해 차별구제신청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해요. 혹시 내가 또는 내 동료가 차별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고용노동부의 고용상 성차별 사례집(2020년 8월 발간)을 열어보세요. 🤷채용과정 성차별 체크리스트 (고용노동부) 1. 합리적인 이유 없이 채용공고에 성별을 구분하여
선발인원수가 제시되어 있습니다. ▢예 ▢아니오 2. 합리적인 이유 없이 채용공고에
성별로 직무가 분리되어 있습니다. ▢예 ▢아니오 3. 채용공고에 특정 성별에게만 특별한 채용조건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예 ▢아니오 4. 입사지원서 양식에 합리적 사유 없이 성별을 구분할 수 있는
항목이나, 혼인상태에 대한 항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 ▢아니오 5. 면접심사위원 중 특정 성별이 한 명도 없고, 이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예 ▢아니오 6. 면접 시, 직무수행과 상관없는 신체조건, 결혼 · 임신 · 출산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예 ▢아니오 7. 면접 시, 직무수행과 상관없는 성별 고정관념,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예 ▢아니오 8. 면접 시, 직무수행과 상관없는 성희롱 대처방식, 회식이나 야근 가능 여부와 관련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예 ▢아니오 9. 면접 시, 남성지원자와 여성지원자가 각기 성별을 이유로 한 다른 질문을 받았습니다. ▢예 ▢아니오 10. 면접 시, 특정 성별의 지원자에게만 응답 기회를 더 부여하였습니다. ▢예 ▢아니오 *고용노동부 성평등 채용안내서(2021년 3월 발간) >> 바로가기 📚 자료실: 왕진 가방 속의 페미니즘 안녕하세요. 최유리 입니다. 이름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될 때가 있어요. 엄청 무섭게 생긴 사람을 보면서 오들오들 떨다가도, "안녕하세요 ○○○입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불안감이 어느 정도는 줄어드는 것 같아요.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에도 "그것은 '성차별'입니다", 혹은 "'괴롭힘'입니다" 라는 말 한마디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잖아요. MBTI 유형이나 태어난 시각을 외우고 다니는 이유도 내가 어떤 성격을 가진 사람인지 혹은 타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게 되면 자신을 마주하는 일이나 타인을 대하는 방법을 조금이라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름 붙이는 일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은 '아픔'이죠. 병명을 알면 치료법이 생기잖아요. 그런데 살림의료협동조합의 추혜인 원장은 의학적 지식들이 주로 남성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여성 환자들의 통증 호소를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해요. 특히 젊은 여자들은 눈물로 아픔을 호소하면 감정적이라고 믿지 않고, 침착하게 설명하면 아프지 않다고 여겨서 더욱 아픔을 이야기하기가 힘들대요. 이 말이 참 위안이 되더라고요. 저는 항상 침착하려고 애쓰던 편이었는데, 아무리 아프다고 말해도 사람들이 저를 거칠게 대하던 일이 나한테만 있는 일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성별, 직업, 계급, 인종, 나이, 학력 등으로 차별받고 소외당하는 다양한 소수자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가득 담겨있는 추혜인 원장의 에세이 <왕진 가방의 페미니즘>을 한 번 읽어보세요. 병명을 알려주는 직업을 가진 의사가 공감과 이해라는 무기를 장착했을 때,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는지를 보면서 마음이 포근해졌어요. 중간 중간 알찬 의학적 정보도 정말 좋아요. 제가 가진 만성 소화불량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알 수도 있었고, 저도 몰랐던 다른 아픔들을 이해하는 계기도 됐거든요. 유익한 에세이와 함께라면 내일 출근이 좀 더 튼튼해질지도 몰라요. 🥘 탕비실: 봄나물 두부 비빔밥 안녕하세요. 강보혜 입니다. 어렸을 적 어른들이 “먹어야 한다!”고 밥 위에 얹어 주실 땐 거들떠도 안 보다가, 성인이 되고는 없어서 못 먹게 된 음식 중 하나가 나물인 것 같아요. 시장에서 한봉지 가득 사와도, 손질하고 데치고 물기를 꼭 짜고 보면 한 줌밖에 안되는.. 허무하고도 귀한 음식을 만드는 일은 자취인에게 꽤나 큰 다짐을 필요로 하더라고요. 많은 것들을 클릭 몇 번으로, 전자레인지 버튼 몇 번 누르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대에 굳이 굳이 채소를 다듬고 데치고 볶아 공들여 나를 먹이는 일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형용할 말을 아직 찾지 못했지만, 그래도 다채로운 제철 식재료를 충분히 만끽하고 나면 왜인지 그 계절을 잘 산 기분이 들곤 해요. 봄은 다양한 나물들이 나는 계절이에요. 손이 많이 가지만, 효율이 설명해주지 않는 풍요로운 기분을 충분히 만끽하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봄나물 두부 비빔밥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재료: 봄나물(저는 냉이, 참나물, 취나물을 사용했고 삶은 톳을 좀 넣었어요), 표고버섯 조금, 밥 1공기, 참기름 1스푼, 소금과 들기름 약간, 두부 약고추장 [두부약고추장 재료(3~4인분량)] 두부 1모, 고추장 3Ts, 고춧가루 1Ts, 다진마늘 1ts, 올리고당 1Ts, 매실청 1Ts, 간장 1Ts, 물 3Ts
*고추장 대신 달래장을 넣어도 향긋하게 드시기 좋아요. 🐈 퇴근인사 그는 길에서 여자가 강간당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길에서 여자가 죽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여자인 것을 확인하고 여자로 사느니 즉사하고 싶었다 그는 여러 번 살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지 못하고 한번은 태어나자마자 죽었고 한번은 태어나기 전에 죽었다 그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다유진목, '식물원' <파르카이> 중에서 <출근준비> 차별 사례를 제보해주세요 면접 등 채용과정에서 차별당했던 실제 사례를 보내주시면, 김민아 노무사가 기고하는 시사인 <지금 여기의 노동>에 사례로 공개하겠습니다. (관련해서 시사인 지난 호 "14년 차 여성은 ‘이모님’, 12년 차 남성은 ‘교수님’" 클릭) <출근준비> 4호. 2021년 4월 28일 메일함에 있을게요 기획:김민아&최유리, 헤더디자인:최유리, 편집:김민아 노동교육센터 늘봄 💌laborspring2018@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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